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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구 격리가 낳은 거인들 — 심해 무척추동물 거대화의 생리학적 비밀

깊은 바다 밑바닥, 그것도 대륙붕에서 뚝 떨어진 좁고 긴 협곡 지형에서 유난히 몸집이 큰 무척추동물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하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일본거미게의 다리 폭이 3미터를 넘고, 대왕등각류가 일반 갯강구보다 수십 배 큰 몸집을 지니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해구라는 특수한 지형이 만들어낸 생리학적 결과다. 이 글에서는 해구 격리 지형이 어떤 방식으로 심해 무척추동물의 거대화(Deep-sea Gigantism)를 유발하는지, 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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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발광의 화학, 루시페린-루시페라아제 반응부터 심해 생물의 발광 전략까지

잠수정의 조명이 잠시 꺼지는 순간, 눈앞이 완전한 암흑으로 바뀐다. 그런데 몇 초 지나지 않아 사방에서 푸르스름한 빛의 점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수심 1,000미터가 넘는 이 세계에는 태양빛이 닿지 않지만, 생물 스스로가 빛을 만들어내는 생물발광(Bioluminescence) 현상 덕분에 어둠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이 빛은 신비로운 현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명확한 화학 반응이다. 루시페린(luciferin) 이라는 발광 기질이 루시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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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열차분야지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별자리 지도가 된 사연

1395년 어느 밤, 한양 궁궐 한쪽에서는 열두 명의 학자들이 검은 돌판 위로 몸을 숙이고 있었다. 정과 망치가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하늘의 별자리 하나하나가 돌 표면에 새겨지고 있었다. 이들이 완성하려던 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사라진 왕조의 하늘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오늘날 국보로 남아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 다. 천상열차분야지도 출처. 위키미디어 그런데 이 천문도를 소개할 때 늘 따라붙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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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평원 생태계의 에너지원, 입자성 유기물 침강 플럭스와 저서생물 대사율 분석

광합성이 닿지 않는 곳, 심해 해저 평원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평균 수심 3,000~6,000m에 펼쳐진 심해 해저평원(abyssal plain, 대륙사면 아래에 완만하게 펼쳐진 평탄한 해저 지형)은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무광층에 속한다. 이 환경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한 1차 생산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곳에 서식하는 저서생물(benthic organism, 해저 표층 및 퇴적물 속에 사는 생물군)은 무엇을 에너지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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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해저대 생물의 TMAO 삼투압 조절 원리 — 단백질은 어떻게 압력을 견디는가

초심해저대, 정수압이 생명을 짓누르는 곳 수심 6,000m를 넘어서는 초심해저대(超深海底帶, hadal zone)에서는 매 10m마다 약 1기압씩 정수압이 증가한다.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인 챌린저 해연(10,935m)에 도달하면 수압은 지표면의 1,100배를 넘어선다. 이 정도의 압력은 단순히 생물을 짓누르는 물리적 힘에 그치지 않는다. 단백질의 3차 구조를 유지하는 비공유 결합을 흔들어 접힘(folding) 상태를 깨뜨리는 생화학적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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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대 메탄 유출지 생태계, ANME 고세균과 공생 생물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수심 수백 미터 아래, 빛이 닿지 않는 해저에서 화산의 열기 없이도 번성하는 생명체 군집이 있다. 바로 냉수대(Cold Seeps)라 불리는 메탄 유출지 생태계다. 이름과 달리 이곳은 차갑지도, 얼어붙어 있지도 않다. 단지 열수구(Hydrothermal Vents)처럼 뜨거운 마그마 열원이 없다는 뜻일 뿐이며, 해저 퇴적물 틈에서 새어나오는 메탄과 황화수소가 이곳 생태계 전체를 지탱하는 유일한 에너지원이다. 산소 없는 해저에서 에너지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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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실학자 홍대용은 왜 지구가 돈다고 말했나 – 서양 지동설과의 비교

홍대용의 초상 출처. 위키미디어 담헌 홍대용, 무엇을 주장했나 1766년 초, 청나라 북경의 천주당(天主堂) 안. 조선에서 온 한 선비가 서양 신부들과 마주 앉아 천문 기구를 살펴보고 있다. 그의 이름은 홍대용, 호는 담헌(湛軒)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서양 선교사들에게 지구와 우주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다고 전해진다. 이 만남이 이후 그가 쓴 『의산문답(醫山問答)』이라는 파격적인 저작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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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4,000m 세포막의 비밀: 불포화 지방산과 지단백질의 압력 적응 메커니즘

수심 4,000미터 지점의 정수압은 약 400기압에 달한다. 이 압력은 세포막을 구성하는 인지질 이중층을 물리적으로 압착시켜, 상온에서라면 액정 상태로 유동적이어야 할 막을 젤 상태로 굳혀버릴 힘을 가진다. 그런데도 이 심해 열수구 주변에는 관벌레, 새우, 게, 그리고 각종 미생물이 밀도 높은 군집을 이루며 살아간다. 이들의 세포는 어떻게 압력에 짓눌려 굳지 않고 물질대사에 필요한 유동성을 유지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난 화구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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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열수구 생태계, 태양 없이도 살아가는 화학합성 세균의 먹이사슬 구조

수심 2,500미터, 태양광이 단 한 줄기도 닿지 않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붉은 촉수를 흔드는 관벌레 군락을 처음 목격했을 때 해양학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광합성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어떻게 이토록 밀도 높은 생물 군집이 형성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이후 40여 년간 심해생태학의 핵심 화두가 되었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화학합성 이라는, 지표 생태계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에너지 획득 방식에 있다. 열수구 주변 생태계는 빛 대신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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